동물이 새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모성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일부일처제를 채택하는 동물이나 수컷이 새끼를 양육하는 소수의 동물을 제외하면 사실 자연 생태계에서 수컷의 부성애는 언급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수컷은 종족 번식이 더 본능적이기 때문에 어린 새끼가 중요하기 보다는 새끼의 유전자가 친자인지 아닌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체내수정을 하는 포유류는 모성애가 강한 편이고, 부성애가 강한 경우는 주로 체외수정을 하는 어류에 많이 있습니다. 포유류에서 수컷이 새끼를 돌보는 종은 전체의 3~5% 종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우리가 주로 보는 동물 프로그램에서도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연스럽게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어미와 새끼의 투샷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동물의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무언가 더 뭉클하기도 하고 특별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오늘은 남다른 부성애를 보이는 특별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싱글대디가 되기도 하는, 고릴라
영화 '킹콩'하면 바로 떠오르는 바로 그 고릴라! 먼저, 고릴라에 대해 간단히 알아볼까요? 현재 고릴라는 심각한 멸종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생 고릴라의 서식 지역은 아프리카로 한정되어 있는데 원숭이 고기를 먹는 풍습과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산림의 황폐화로 그마저의 생존지도 위협을 받고 있는 슬픈 현실입니다. 영장목 중에 가장 덩치가 크고 힘이 센 고릴라는 채식주의자로 실제로는 온순하며 사람과 눈을 못 마주칠 정도로 수줍음도 많지만 화가 날 경우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가슴을 치는 드러밍이라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비교 대상으로 인간과 유전자가 98% 이상 겹칠 정도로 가장 비슷한 영장류로 알려져 있는 침팬지는 영장류 중에 가장 난폭하고 잔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침팬지는 성생활이 난잡하기 때문에 많은 정자를 만들기만 할 뿐 누가 자기 새끼인지도 모르며 평생 자기 자식과 어울릴 일도 없습니다. 이렇게 짝짓기의 방식으로 난교를 하는 침팬지에 반해 고릴라는 일부다처제로 보통 수컷 한 마리당 2,3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데 암컷과 함께 수컷도 새끼를 보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침팬지와 달리 고릴라는 자신의 새끼와 놀아주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도 하고, 어미가 버린 새끼들을 혼자 키우며 싱글대디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원인을 뒷받침 해주는 신기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영장류의 수컷을 오랫동안 관찰한 진화생물학자들은 '짝짓기에 투자하는 시간'과 '새끼를 양육하는데 투자하는 시간' 사이에서 상충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침팬지의 경우 고릴라에 비해 1/4로 무게가 적게 나가지만 고환의 무게는 4배에 이를 정도로 크고, 이에 반해 고환이 작은 고릴라는 새끼를 보호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수컷끼리의 치열한 대결로 암컷을 독차지한 고릴라의 경우, 일부다처제로 정자 수 대결을 펼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침팬지와 같이 난교를 하여 파트너가 자주 바뀌는 짝짓기를 하는 환경과는 달리 양육에 대한 투자가 더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정말 고환의 크기와 반비례하는 것이 영장류의 부성애라면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네요. 이렇듯 고릴라는 부성애가 강한 몇 안되는 동물로 평가 되고 있는데 이를 잘 보여주는 기사가 아래에 있습니다. 기사 속 듬직한 아빠 고릴라의 모습이 몹시 훈훈하게 다가오네요.
ⓒ인사이트뉴스 / 길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서 가족들 안전 지켜주는 '쏘스윗' 아빠 고릴라
https://www.insight.co.kr/news/163122
인간보다도 강한 부성애를 가진, 황제펭귄
펭귄의 경우 암컷과 수컷이 공동으로 육아를 분담을 하고 있고 모성애와 부성애 모두 뛰어난 동물로 유명합니다. 펭귄의 경우 동물 중에서도 드물게 일부일처제를 택하기 때문에 새끼가 자신의 핏줄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지 인간보다도 높은 수준의 부성애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펭귄의 부성애를 논하자면 남극의 마스코트 황제펭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황제펭귄은 펭귄 중에 가장 큰 몸집을 가지고 있고, 120cm의 키에 몸무게도 보통 30kg에서 최대 50kg까지 나갑니다. 영하 60도를 넘어서는 남극의 매서운 날씨에 자신을 희생하며 알을 지키는 아빠 황제펭귄들의 사연은 너무나 가슴 뭉클해집니다. 5월, 남극은 아직 한 겨울인 그 시기에 황제펭귄 부부는 짝짓기를 해서 하나의 알을 낳습니다. 암컷은 태어날 어린 새끼를 위해 먹이를 찾아 먼 바다를 향해 떠납니다. 이제 수컷 황제펭귄 앞에 60여일이 넘는 기간 동안 알을 품고 지켜야 할 운명같은 시간이 다가옵니다. 알을 맡기기 위해 수컷에게 넘기는 과정조차도 너무나 위험한데 영하 60도 이하로도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와 강풍 속에 알을 떨어뜨리거나 몇 초만 노출이 되어도 알은 터져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과정을 거쳐 알을 무사히 품게 된 아빠 황제펭귄은 따뜻한 배로 추위로부터 알을 폭 감싸고 동상처럼 꼿꼿하게 서서 먹지도 못하고 그대로 60여일을 버팁니다. 당연히 눕지도 못하고 엎드릴 수도 없습니다. 호시탐탐 알을 노리고 있는 갈매기와 바다표범도 경계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극한의 과정 속에서 남극의 한 겨울의 추위와 굶주림으로 지쳐 그대로 쓰러져 죽는 아빠 황제펭귄들도 생깁니다.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나면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알을 품기만 하던 아빠 황제펭귄들은 원래의 모습에서 절반의 무게만 남아버린 채 야위어 있습니다. 7월이 넘어가면 이렇게 지켜낸 알을 깨고 새끼가 태어납니다. 아빠 황제펭귄들은 60여일 동안 먹지도 않고 버티던 위속의 마지막 식량까지 계속 토해내 배고픈 새끼를 위해 영양분으로 먹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엄마 황제펭귄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지칠대로 지친 아빠 황제펭귄의 숙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엄마 황제펭귄에게 새끼를 교대하고 다시 새끼에게 먹일 먹이를 구하기 위해 먼 바다를 향해 떠나야 합니다. 이렇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아빠 황제펭귄은 지친 몸을 끌고 바다로 가다가 눈 위에 그대로 쓰러져 죽기도 합니다. 그렇게 지켜낸 새끼를 위해 다시 극한의 여정을 향해 떠났다가 매서운 눈바람에 쌓여서 말이죠... 이렇듯 황제펭귄은 종족 보존의 본능이 놀랍도록 강합니다. 알을 잃어버린 수컷은 눈덩이를 품으며 그 눈덩이 위에 자신의 토사물을 먹이기도 합니다. 새끼를 잃은 것을 부정하기라도 하듯이 말이죠. 또 다른 새끼를 치열하게 납치하기도 하며 자신의 새끼인양 품기도 하는데 엄청난 부성애가 놀라울 뿐입니다. 자신에게 놓인 상황의 한계를 이겨내고 희생과 헌신을 다해 새끼를 품고 극한의 추위에 정면으로 맞서는 황제 펭귄의 숭고한 사랑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새우의 수도 급격히 사라지고 있어 황제펭귄의 개체도 심각하게 줄고 있다고 합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황제펭귄을 구하기 위해 인간으로서 지구온난화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모두 조금씩이라도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 MBC 다큐 '남극의 눈물' / 얼음대륙에 남은 위대한 유산... 새끼 황제펭귄의 모습
이 세상 부성애의 상징, 가시고기
저의 학창시절 교실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던 이야기. '너 그 책 아직 안 읽었어?'라고 내뱉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안 읽은 이가 별로 없었던 선풍적인 인기의 베스트셀러작이 있었습니다.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와 그 뒤를 이어 화제가 되던 조창인 작가의 '가시고기'... 전국을 강타한 아버지 시리즈에 등장한 가시고기의 존재! 그때부터 가시고기는 희생적인 아버지의 부성애를 다룰 때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상징적인 존재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가시고기는 새끼를 낳기 위해 둥지를 만들고 굴을 파는 유일한 수중생물입니다. 이름처럼 등과 배에 뾰족한 가시가 여러 개 나 있는데 가시로 보이는 것은 사실 지느러미의 일부로 단단하고 뾰족한 지느러미 줄기가 가시처럼 변형된 것입니다. 5월~6월의 산란기가 되면 수컷 가시고기는 주둥이로 바닥의 모래를 퍼내서 구덩이를 만들고 갈대가닥들을 모아서 둥지를 짓기 시작합니다. 둥지가 완성이 되면 여러 마리의 암컷들이 들어와서 알을 낳고 수컷이 그 알 위에다가 자신의 씨를 뿌립니다. 알을 낳은 엄마 가시고기는 산란기를 끝으로 몇 시간 안에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약 300여개의 알을 산란하는 것에 기력을 다해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하고 물살에 떠밀려서 바다 쪽으로 흘러가 사라지고 맙니다. 그 후 혼자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먹이 활동도 중단하고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알을 지키며 알을 깨고 새끼 가시고기로서 독립할 때까지 종족보존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게 됩니다. 새끼 가시고기는 스스로 부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알집에서 새끼 가시고기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만 이틀동안 아빠 가시고기가 부지런히 주둥이로 찔러야만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지느러미를 움직여서 알이 들어 있는 둥지에 산소를 공급하면서도 도처의 수많은 물고기의 침입과 공격을 막아내며 야간 경계도 늦추지 않고 쉴 새 없이 새끼들을 지켜내야만 합니다. 사력을 다하는 동안 수컷의 몸의 빛깔은 퇴색되고 활동력도 점점 약해지게 됩니다. 새끼가 부화한 후 5일 정도가 지나면 수컷은 서서히 죽어가고, 약 15일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수컷은 만신창이가 되지만 마지막에 남은 힘으로 새끼 가시고기에게 자신의 육신을 먹이로 내놓습니다. 이 세상에 이런 부성애가 있을까요? 참 슬픈 것은 오늘 제가 이야기한 부성애가 강한 동물들이 하나같이 심각한 멸종위기종들이란 사실입니다. 먼훗날 우리의 자손들도 진한 부성애를 이야기할 때 가시고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오래오래 무사히 존재했으면 좋겠네요.
잘 가라, 아들아
잘 가라. 나의 아들아.
이젠 영영 너를 볼 날이 없겠지.
너의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겠지.
너의 따뜻한 손을 어루만질 수 없겠지.
다시는 너를 가슴 가득 안아볼 수 없겠지.
하지만 아들아. 아아, 나의 전부인 아들아.
아빠는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란다.
세상이 널 남겨놓은 한 아빠는 네 속에 살아 있는 거란다.
- ⓒ 조창인의 가시고기 中-
때론 모성애보다 강한 아버지들의 사랑...
인간이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모성애에 못지 않게 부성애도 빠질 수가 없습니다. 대체로 부성애가 강한 동물은어류에 많이 발견되고, 대부분의 포유류 동물들은 모성애가 강력한 경향이 있지만 인간의 경우는 부성애가 딱히 약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느껴집니다. 심지어 모성애보다 부성애가 더 강하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성애와 부성애는 인간도 동물도 조금 다른 차이를 비춰주기도 합니다. 주로 동물적인 부성애는 자신의 친자식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커지지만 다른 수컷의 자식이라면 거침없이 죽여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동물적 인 모성애는 자신의 친자가 아니어도 젖을 물리고 핥아주며 자신의 자식처럼 키우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모성애와 부성애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네요. 방식에 차이는 있어도 모성애도 부성애도 어떤 것이 우월하다고 말하기 힘들만큼 자신의 자식을 향한 희생과 헌신이 숭고하다는 것만큼은 아름답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