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딩동창 베프 셋이 모여서 수원 사주카페를 다녀왔습니다. 네이버에 수원 사주카페만 검색해도 여러 개의 포스팅 후기들이 나옵니다. 그 중에 후기도 많고 눈에 띄는 곳들도 있는데... 이것이 저도 네이버에서 소정의 돈을 받고 포스팅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제 대충 보면 홍보용으로 작성했구나 스멜이 확 나거든요^^; 예를 들면 여기 블로그에도 쓰던 사진이 저쪽 블로그에도 똑같이 올라가 있다던가, 그냥 사주보러 간 게 아니라 포스팅을 쓰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너무 자세한 설명과 칭찬 등이 있겠네요. 대가를 지불받고 쓴 글이라면 정말 솔직한 후기로 보기 어렵다 생각해서 그 점을 유념하고 검색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찾다보니 자주 올라오는 2군데는 칭찬일색인 포스팅 밑에 직접 경험한 분들이 쓴 장문의 비추 댓글들을 보게 되었고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서 거르고, 그렇게 해서 관심이 가는 곳 2곳 중에 1곳에 당일날 예약을 하고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곳은 소금 사주카페라는 곳입니다. 가는 길에 수원역에서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타는 바람에 4정거장 갈 것을 결국 9정거장이나 왔다갔다 했네요ㅎㅎ 좀 늦어서 들어갔는데 사실 이름은 사주카페지만 음료는 팔지 않고 작은 공간에 한 팀씩만 받을 수 있는 분위기라 철학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고 역시 미리 예약하고 가길 잘한 것 같았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주 보시면서도 몇 번 예약 전화가 왔는데 그렇다고 대충 봐주고 보내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3명이 가서 거의 2시간 반 넘게 봤으니 거의 한사람당 1시간씩 잡고 여유있게 봐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2~4명 사이로 사주카페를 다녔었는데 여럿이 가도 잘해야 2,30분 정도 봐줬던 것 같았거든요. 인당 말고 전체 합해서 말이죠. 이렇게 꼼꼼하게 봐주시는 것도 처음이었고, 사주의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주시니 더 기억에 잘 남아 좋았습니다.
예를 들면, 제 친구가 다른 사주집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한 5천만원 모아놨어? 땅을 사야 돼!' 라는 이야길 들었다면 듣는 사람은 '아, 땅에 투자하면 돈이 모이나? 5천만원 정도 여유가 생길 때까진 어차피 땅은 못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기서는 왜 땅을 사야 하는지, 땅의 평수가 중요하거나 투자의 목적이 아니라 음양오행에서 많이 부족한 기운을 보탤 수 있는 방법으로 구체적으로 앞으로 나의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시는 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전에 듣지 못한 디테일한 원리와 설명으로 이해하기가 더 쉬워서 좋았고, 또 좋았던 점은 사주카페를 여러 군데 다니다보면 사실 듣는 이야기가 거기서 거기인데 여기서는 다른 곳에서 듣지 못한 것들도 새롭게 듣게 된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주가 좋고 나쁘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주의 형태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주의할 것들을 피할 수 있도록 잘 일러주셔서 괜히 든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 맞진 않더라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말이죠^^
제 친구들은 과거 시기까지 대부분 척척 잘 맞아서 더 신기했는데 저는 맞는 것도 있었고, 안 맞는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잘 피해간 것인지 무사해서 다행인거겠죠? 생각해보면 관운이 안좋고 이동수가 많은 시기에는 제가 아니라 회사가 법인을 바꾸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거나 조직개편을 자주 해서 그렇게 액땜으로 나는 가만히 오래 다닐 수 있었나 싶기도 하고... 사주라는 것이 막상 지나고 난 일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또 귀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이런 것도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오래 봐온 친구들인지라 그 동안의 일들과 사주에서 말하는 시기가 척척 맞아 들어가는 것이 제 눈에도 보여서 그런 부분은 꽤 신기했습니다. 다녀오고 나니 제 성격과 건강에 대해서,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도 더 잘 관리하고 준비해야겠다는 경각심이 생겨서 자극도 좀 되고 이런 부분은 좋은 것 같습니다. 종이에 잔뜩 받아적긴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까 조금 정신 없이 휘갈긴 메모들이 어수선해보이네요. 포스팅을 끝내고 다시 정리해봐야겠습니다^^; 참고로 가격은 인당 3만원이었습니다!
가끔은 운명이란 것이 내가 거역할 수 없을만큼 강력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미리 알고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서 안 좋은 일은 최대한 피해갈 수도 있고 좋은 기회는 잘 잡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독한 운명론자로 남아서 주체성 없이 살아가는 것은 더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반은 재미로 들어갔다가 진지하게 듣고 나오게 된 사주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