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의 공생관계를 이야기할 때 흔한 예로 악어와 악어새의 이야기를 들곤 합니다. 악어가 입을 벌리고 악어새는 악어의 이빨에 낀 고기를 먹으며 이빨 청소를 해준다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사실은 많이 다릅니다. 우선 악어의 이빨은 고기를 씹는 것이 아니라 찢는 용으로 사용하고, 사이에 간격이 넓기 때문에 고기가 낄 일이 거의 없습니다. 또 악어는 평생 동안 3,000여개의 이빨을 갈기 때문에 치아 관리 또한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악어새의 주식 또한 식물의 작은 열매나 씨앗, 그리고 작은 벌레이기 때문에 육식동물인 악어의 이빨에 낀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내려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우리가 흔히 사실이라고 알고 있었던 내용인데요, 악어가 입을 벌린 사이로 악어새가 드다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증명된 바는 없다고 합니다.
악어와 악어새(이 사진은 디지털로 합성된 것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악어와 악어새의 이야기와 달리 실제로 공생관계에 있는 동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서로 전혀 다른 종이지만 생존에 서로 도움을 받거나 먹이를 제공 받으며 함께 공존하는 동물들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공생계의 인싸 할미새의 이야기
다양한 육상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관계로 할미새를 들 수 있습니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는 할미새는 털을 잡기 편한 이점으로 동물의 등 위에 살면서 몸에 붙어있는 기생충과 진드기를 잡아 먹습니다. 할미새는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고 동물은 몸에 붙은 진드기나 기생충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공생관계가 되는 것이지요. 유명한 사례로는 아프리카 물소와 할미새의 관계가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코뿔소, 기린, 멧돼지, 얼룩말, 영양, 하마 등도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야기로만 들었을 때는 마냥 아름다운 공생관계같이 느껴지지만 여기서 조금 재미있는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습니다. 사실 할미새의 식습관을 관찰해보면 진드기나 기생충보다 동물의 상처에 나는 피를 더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벌레보다 상처의 피를 먹는 시간이 훨씬 긴 것으로 관찰되었고,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할미새가 진드기를 잡아먹는 것 또한 동물의 피를 먹기 위한 행동이라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답니다. 오히려 할미새가 피를 빨면서 상처를 더 헤집어놓기도 하고 그로 인해 진드기가 더 꼬이기도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왜 이런 공생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일까요? 그건 아마도 할미새가 마냥 얻어먹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할미새는 동물의 천적이 나타났을 때 날카롭게 울거나 부리로 두드리며 위험 상황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줘서 자신과 공생관계인 동물이 무사히 다른 곳으로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물론 할미새 또한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추가로 할미새와 비슷한 사례로 찌르레기도 들 수 있습니다. 찌르레기 또한 진드기잡이새로 유명한데, 할미새처럼 코뿔소와 같은 육상동물의 등 위에서 진드기나 기생충을 잡아 먹으며 비슷한 공생의 모습을 보입니다. 참 영리한 생존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영악한 꿀잡이새가 꿀을 얻는 방법
꿀잡이새는 주로 벌의 유충과 밀랍 등을 먹고 살며 벌통의 위치를 또 잘 찾아내지만 벌의 공격을 받아내거나 벌집 부수기를 할 힘은 없기 때문에 벌의 다른 천적인 꿀오소리라고도 불리는 라텔이나 사람에게 특유의 울음소리로 벌통의 위치를 알려주고 그들에 의해 벌집이 부서지고 그들이 꿀을 다 먹을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가 남은 것을 먹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마사이족은 꿀잡이새에게 휘파람 소리를 내서 벌집의 위치를 안내 받는데 그 후에 꿀벌 유충 등을 보상으로 남겨놓고 떠난다고 합니다. 그런 보상이 있기 때문에 꿀잡이새가 그들의 휘파람 소리에 응답하는 것이겠죠.
꿀잡이새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도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벌집을 다 알려주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안내한다는 것입니다. 실험 방법으로 꿀잡이새가 알려주는 위치를 지나서 일부러 계속 걸어갔는데 본인의 안내가 계속 실패하자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다른 벌집으로 다시 유도했다고 합니다. 또 꿀잡이새는 매우 영악한 면도 가지고 있어 간혹 사람들을 꿀벌이 아닌 물소 떼가 있는 곳으로 유도하여 죽음으로 안내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죽으면 시체에 있는 구더기를 먹이로 잡아먹기도 한다네요. 그러니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누와 얼룩말이 베프가 된 이유
세렝게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은 누와 얼룩말이 한 곳에 어우러진 모습입니다. 이렇게 누 떼 속에 있는 얼룩말이 자주 발견되곤 하는데 그들은 같은 초식동물로서 먹이 경쟁도 하지 않고 어떻게 같이 평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일까요? 그 평화의 답 중 하나는 먹는 풀의 차이에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얼룩말은 되새김질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칠고 억센 풀과 기다린 풀을 주로 먹는데 그들이 풀을 다 뜯고나면 넓은 입을 가진 누는 부드럽고 연한 풀이 드러난 곳에서 식사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또 이들은 식사 뿐만 아니라 세렝게티에서 케냐 마사이마라로 대이동을 할 때에도 함께 합니다. 시야가 좁은 누를 대신해 얼룩말이 적의 움직임을 발견하는 장거리의 보초 역할을 하고, 반면에 후각이 뛰어난 누는 풀숲에 갑자기 찾아든 적의 냄새를 살필 수 있습니다. 약육강식의 살벌한 동물의 세계에서 누와 얼룩말은 서로 종이 다른 약한 초식동물이지만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며 돕고 협동하면서 찰떡 궁합을 자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동물들의 흥미로운 공생관계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곧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