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라는 말이 언제부터 유행했을까요? 요즘에야 소위 '꼰대짓'을 하는 어른들이 시대에 뒤쳐진 듯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지만 제가 어렸을 적엔 뭘 좀 아는 어른의 비위를 알아서 미리 맞춰야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 대접 받았습니다. 세상엔 정답이 있는 듯 했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삶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걱정과 조언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된 잔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뻔한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습니다. 나이는 들어도 젊은 생각을 가진, 열린 마인드의 어른으로 늙어가겠다고 항상 이야기 했죠. 지금 표현대로라면 그냥 꼰대가 되지 말자!가 저의 인생 모토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문득 나는 정말 꼰대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옛날에는 일방적으로 배워야 하는 입장의 어린 위치였다면 이제는 동생들이 많이 생기고, 저도 저만의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제가 보고 느낀 세상 안에서 인생의 진리와 같은 법칙들이 제 사고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친한 동생들에게 조언이랍시고 해주고 싶은 말들이 늘어가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전에 배려랍시고 가르쳐주려고 하는 마음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 분위기 파악을 못하거나, 눈치가 없는 친구들을 보면 말을 해줘야 하나 싶다가도 아차! 싶은 마음에 내가 꼰대가 되어가나 하는 마음에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내가 그렇게 닮고 싶지 않았던 모습인데 혹시 내 안에도 꼰대의 싹이 커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인생의 선배로서 가질 수 있는 마음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한번 꼰대 테스트를 해보면서 제가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 재미 반 진지 반으로 제 상태를 점검해볼까 합니다. 꼰대가 싫은, 그리고 꼰대가 되기 두려운 여러분도 같이 확인해보세요~^^
꼰대 45계명
1. 첫 대면에 나이나 서열을 확인 후 나보다 어리면 반말을 한다.
2. 나보다 늦는 동생이나 후배가 거슬린 적 있다.
3. 동생이나 후배가 나에게 인사하지 않으면 기분이 나쁘다.
4. 분위기는 어린 애들이 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5. 내 의견에 표정이 변하거나 반대하는 후배를 보면 못마땅하다. O
6. 회식자리에 할 일을 하지 않아 기어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생이나 후배가 못마땅하다.
(ex. 삼겹살 굽기, 물&수저 세팅 등)
7. "힘든건 없어?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얘기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O
8. 내가 즐기는 취미 생활을 동생이나 후배가 같이 했으면 좋겠다.
9. 동생이나 후배는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10. 동생이나 후배에게 "다 너 잘 되라고 한 말이니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라는 말을 한 적 있다. O
11. 조금 듣고 많이 말한다.
12.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13. 동생이나 후배가 SNS 메신저로 'ㅇㅇ', 'ㅇㅋ'같이 줄여서 답하면 기분이 나쁘다. O
14. 맞춤법이 틀린 메시지를 받으면 지적하고 싶다.
15. SNS 팔로우 및 좋아요를 강요한 적 있다.
16. 동생이나 후배에게 쉬는 날 SNS 메신저로 "뭐하니?"라고 연락한 적 있다.
17. 같이 쓰는 공간에서 청소를 하지 않는 동생이나 후배에게 잔소리를 자주 한다.
18.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할 때가 있다.
19. '나라 걱정'이 점점 많아진다. O
20. 자신의 고생담 또는 무용담 등을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다.
21. 나이나 세대에 집착한다. ("나 꼰대 아님", "나 신세대야", "나 동안이지?") O
22. 내가 틀렸을 리가 없다.
23. 내가 틀렸어도 동생이나 후배 앞에선 인정하기 싫다.
24. 음식을 먹을 때 본인의 취향을 강요한 적 있다.
25. "OO은 우리 때가 최고였지"라고 얘기한 적 있다. (EX. 노래, 영화) O
26. "나 때는 더 심했어", "우리 때는 안 그러지 않았냐?" 라는 말을 한 적 있다.
27. "젊을 땐 그런 고생도 해봐야지"라는 말을 한 적 있다.
28. 인터넷 결제(해외 구매대행) 및 티켓 예매 등 낯선 업무를 후배에게 시켜본 적 있다.
29. 요즘 유행하는 노래나 영화를 보고 "이게 왜 좋아?"라고 말한 적 있다.
30. "OO는 OO지"라는 식의 진리 명제를 자주 구사한다. O
(ex. 휴대폰은 사과지, 콜라는 코X콜라지, 커피는 별다방이지, 축구는 호날두지)
31. 힘든 티를 내는 후배를 보면 못마땅하다.
32. 일 끝나면 동생이나 후배들에게 "힘들었으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술 한 잔 하러 갈까?"라고 하는 편이다.
33. 잘나가는 동생이나 후배의 기를 죽이고 싶다.
34. "너도 내 나이 돼 봐"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35. 낯선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후배에게는 친히 제대로 일하는 법을 알려준다.
36. 회식, 체육대회 등 단체 활동에 빠지는 사람이 못마땅하다.
37. 후배에게 "주말에 애인이랑 뭐했어?"라고 물어본 적 있다.
38. 내가 아는 건 상대방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
39. 자유롭게 이야기 하라 해놓고 내가 먼저 답을 제시한다.
40. 내가 끝났다고 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41. 묻지도 않은 걸 자꾸 가르친다. (TMI) O
42. 남이 틀린 건 반드시 지적해야 직성이 풀린다.
43. 잔소리를 1절에서 그치지 않는다.
44. 할 일이 있으면 일단 시키고 본다.
45. 후배나 동생에게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 Mnet '더 꼰대 라이브' 홈페이지)
여기서 저에게 해당되는 것을 살펴보겠습니다...>_<;;
5. 내 의견에 표정이 변하거나 반대하는 후배를 보면 못마땅하다. O
☞ 만약 이런 상황이 온다면 '날 혹시 무시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별로일 것 같습니다...
7. "힘든건 없어?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얘기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O
☞ 헉 있네요 생각해보니ㅋㅋㅋ 상대방에겐 배려가 아니라 부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ㅎㅎ
10. 동생이나 후배에게 "다 너 잘 되라고 한 말이니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라는 말을 한 적 있다. O
☞ 거의 하지 않는 말인데 사고뭉치 친한 남동생에겐 유독 썼던 것 같습니다. 동생은 말해줘서 고맙다 했는데 사실은 꼰대라고 생각했으려나요?ㅜㅜ
13. 동생이나 후배가 SNS 메신저로 'ㅇㅇ', 'ㅇㅋ'같이 줄여서 답하면 기분이 나쁘다. O
☞ 이건 꼭 후배가 아니더라도 뭔가 성의없고 귀찮다고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서운해지는 답장인듯 합니다... 저는 프로장문러이기 때문에...^^;
19. '나라 걱정'이 점점 많아진다. O
☞ 뉴스를 보면 걱정이 많아집니다...
21. 나이나 세대에 집착한다. ("나 꼰대 아님", "나 신세대야", "나 동안이지?") O
☞ 지금도 꼰대일까봐 집착하는 내 모습ㅋㅋㅋ
25. "OO은 우리 때가 최고였지"라고 얘기한 적 있다. (EX. 노래, 영화) O
☞ 한창 토토가랑 응답 시리즈 나올 때 추억을 회상하며 친구들과 자주 했던 말입니다^^;
30. "OO는 OO지"라는 식의 진리 명제를 자주 구사한다. O
☞ 주로 먹는 걸로 자주 그랬습니다... 술은 역시 낮술이지! 비올땐 파전에 막걸리지! 허허헣
41. 묻지도 않은 걸 자꾸 가르친다. (TMI) O
☞ 물어보기 전에 도와준다 라고 포장했으나, 물어보는 것에만 답해라로 돌려 말할 수도 있겠군요ㅜ
저는 총 9개입니다... 그래도 나는 내 또래에 비해서 진짜 꼰대가 아니라고 자부하며 살았으나, 이렇게 되돌아보니 사실은 저도 꼰대의 싹이 움트고 있었습니다. ㅎㄷㄷ
꼰대 지수 Check!
0~8개 : 낫꼰대
당신은 성숙한 군자입니다.
9개~15개 : 새싹꼰대
당신에게 꼰대의 싹이 움텄습니다.
16개~29개 : 꼰대
당신의 꼰대력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습니다.
30개 이상 : 갓꼰대
당신은 섭외 대상입니다! 당장 출연해주세요!
(다행히 더 꼰대 라이브는 종영이 되었네요^^)
여러분은 어디쯤에 해당되시나요?^^ 이렇게 진단을 했으니 처방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꼰대와 닮아가는 나 자신을 바꿔보고 싶다면, 아래 꼰대 6하원칙과 꼰대방지 5계명을 가슴에 새겨보세요~ㅎㅎ
꼰대의 6하원칙
Who - 내가 누군 줄 알고?
What - 네가 뭘 안다고?
Where - 어딜 감히
When - 왕년에, 내 나이 때엔
How - 어떻게 나한테?
Why - 내가 그걸 왜?
꼰대 방지 5계명
1. 내가 틀렸을 지도 모른다.
2.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3.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4. 말하지 말고 들어라. 답하지 말고 물어라.
5.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언젠가 내 또래의 친구가 한참 어린 동생들 앞에서 이런 말을 종종 했습니다. "나는 아는게 너무 많아서 탈이야."라며 언니미(?)를 한껏 뽐내곤 하더군요. 문득 내가 어렸을 적에 보았던 어떤 언니, 오빠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내 나이가 좋아. 나는 아는 것도 많고, 어린 애들보다 내가 더 낫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잘 해석해보면 대충 저런 내용이었습니다.
진짜 스스로에게 만족한다면 굳이 어린 친구들 앞에서 물어보지도 않은 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텐데... 오히려 자기 나이에 대한 자격지심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꼰대미를 뽐내는 어른들을 보면 사실은 후배들에게 대접 받고 싶고, 존경 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존경은 강요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겠죠. 겉으론 따르지만 속으론 꼰대들에게 상처받고 있거나 무시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일방적인 대화는 오히려 나이의 벽만 생길 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아는 게 많아서 가르쳐 줄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면 혹시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잘난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들은 나보다 겸손한 것은 아닌지, 내 생각이 과연 대체 불가한 정답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아무한테나 안그러는거 알지? 다 너 생각해서 그러는거야! 내가 너 아끼니까 특별히 신경 쓰는거잖아~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거야... 등등의 말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진 않은가요? 조금만 더 겸손한 마음과 열린 마음을 가진다면 꼰대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뇌가 딱딱해지기 전에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려고 노력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