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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노트

인간이 가지는 무서운 신념, 다름을 존중하기

저는 평소에 상대방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종교나 정치적인 이야기, 사상과 관련된 민감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피하는 편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종교, 정치,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는 함부로 하는 것 아니라고~ 끌려가서 맞을 수도 있다고 말이죠~^^; 무서운 이야기지만 실제로 이런 일들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 있지 않나요? 혹시나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나와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내 이야기를 엿듣게 되는 것도 찜찜한 일이지만, 듣는 상대방이 같은 소속 공간에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상대방이 대화 주제에 대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거리낌 없이 떠드는 것은 위험한 일인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적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와 관련된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저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해석으로 불편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한번은 신실한 독자이신 교수님 앞에서 과제물을 잘못 냈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훈계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패러디물을 내는 과제였는데 신을 모독했다는 이유였고, 비종교인인 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고 단지 재미를 위해 기존 명화에 위트를 넣은 것 뿐이었는데, 이게 이렇게까지 오래 혼날 일인가 그 당시에는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 한번은 영화를 재밌게 보고 동기들이 여러 명 있는 곳에서 해당 영화를 2번 보러간 감상평을 늘어놓았는데, 어떤 한 친구가 그 영화가 재미없다고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개인적인 취향을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나는 재밌었다 너는 재미가 없었나보네 너랑 나랑 취향이 다른 것 아닐까? 이야기 했지만 그 친구는 변함 없는 태도로 완강하게 재미 없다고 영화를 비난하는 것이었습니다. 딱히 감정이 있는 친구가 아니라서 왜 저렇게 불쾌하게 행동하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 영화가 해당 종교인들 사이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해석되어 비난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관심이 없는 분야이니 전혀 민감하지 않게 자유롭게 행동했지만 상대방에겐 자신이 믿는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행동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비슷한 경험들이 쌓여서 이후로 저는 종교적인 주제에 접근하거나 발언하는 것을 더욱 주의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종교로만 예를 든 것입니다. 


요즘도 정치적으로 굉장히 첨예하게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떠한 사건과 정책에 대해서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신념으로 반대의 입장에 서서 주장을 하며 끝이 없는 싸움을 벌입니다. 이러한 싸움에는 정말 끝이 없습니다. 같은 사건에서도 해석이 달라지기 시작하면 서로 전혀 다른 포인트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단지 각자의 이야기를 할 뿐 상대방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거나 설득이 되거나 생각을 바꾸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생각을 가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과 사상이 굳건한 주제에 대해선 상대방의 생각이 다르면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며 잘못된 것이 되어버립니다. 주로 정치적인 성향이나 종교가 특히 그러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나 여러 플랫폼을 통해서 정치적인 견해를 표출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서 건강한 토론이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진행되는 것을 본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결국 한쪽에서는 인신공격을 하게 되고, 내용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맙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비록 생각이 달라도 신념이 건강한 목적에서, 결국은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다름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애국심이란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정치적 성향의 대립 같은 것) 다른 것 안에서도 간혹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배움이 있고, 나와 다른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이 아니기에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의 차이를 존중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인 저에게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혐오라는 감정... 악한 감정을 가지고 자신의 신념을 누군가에게 주장하고 선동하려는 것. 언제부턴가 혐오라는 사상이 이 사회에 너무도 널리 퍼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생각들은 너무나 굳건하여 절대 바뀌지 않을 신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은 처음엔 뭔가 그럴싸해서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키기도 하지만 어딘가 날이 서려 있어서 계속 이야기들을 모아 보면 꺼림칙한 느낌이 자꾸 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꺼림칙한 순간들이 자꾸 쌓이고 단서가 되어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됩니다. 자신을 아무리 똑똑하게 포장해도 말을 많이 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꾸 노출시킬수록 결국 숨겨둔 본질은 꼬리를 잡히게 되고 많은 이들에게 들키고 맙니다. 



그냥 개인적인 잡담으로 주저리 쓰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세태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정보는 너무나 넘쳐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흡수할 것과 버릴 것을 선별할 줄 아는 안목이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선한 신념이 다치지 않게, 또한 갇히지 않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