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성격이 온순하다?
코끼리는 덩치는 크지만 인간에게 온순하고 친숙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물원에서 인간의 손에 잘 훈련된 코끼리는 귀엽기만 합니다. 하지만 야생에서 만나는 코끼리는 맹수와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비교적 성격이 온순하기로 알려져 있는 아시아 코끼리와 다르게 아프리카 코끼리는 성격이 난폭하기로 유명합니다. 화가 난 아프리카 코끼리에게 대적할만한 지구상의 동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잠깐, 여기서 아시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를 비교해볼까요?
- 좌: 아시아코끼리, 우: 아프리카코끼리 / ⓒ사소한 구별법, 김은정 저-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귀가 작은 것이 아시아 코끼리, 귀가 큰 것이 아프리카 코끼리입니다. 아시아 코끼리보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덩치도 크고, 몸 높이가 3~4m 정도로 무게는 6~7톤, 최고 12톤까지 나가며 지상 동물 중 대적할 동물이 없는 최강의 전투력을 가졌습니다. 고로 사자나 하이에나, 표범, 치타 등등 어떠한 맹수도 아프리카 코끼리 근처에 함부로 접근하지 못합니다. 성체가 되기 전 새끼 코끼리는 다른 포식자들의 사냥감이 되기도 합니다만, 만약 새끼 코끼리를 공격하다가 실패하거나 다른 성체 코끼리에게 발각되면 사자에게는 큰 문제가 됩니다. 어린 시절의 일을 잊지 않고 성체로 자란 코끼리는 사자가 눈에 보이기만 하면 무자비하게 죽이는 학살자가 되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성질이 거칠고 사나운 아프리카 코끼리에게 더 최악의 시기가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평소의 60배가 증가하는 이 시기에는 미쳐 날뛰는 수준으로 폭주 상태가 되는데 잘못 걸리면 물소나 코뿔소, 하마 등도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며 수컷의 경우는 암컷보다 더 거대하고 상아도 날카롭게 발달되어 있어 더욱 위험한 통제불능의 괴수로 변해 버리고 맙니다. 그러니 야생에서 만나는 코끼리를 동물원의 코끼리처럼 귀엽고 온순하다고 착각하고 도발하면 뒷일은 감당할 수 없게 되겠죠? (야생에서 아프리카 코끼리가 보이면 현실은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
매머드가 코끼리의 조상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코끼리를 빙하기 시기 멸종한 매머드의 후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면 코끼리와 매머드는 가장 가까운 친척관계입니다. 매머드의 DNA를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아프리카 코끼리와 아시아 코끼리 사이의 유전적 관계보다 오히려 매머드와 아프리카 코끼리, 또는 매머드와 아시아 코끼리의 유전적 관계가 더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중 매머드와 진화적 계통이 가장 가까운 것은 아시아 코끼리입니다. 아래 코끼리과 종의 계통에서 보면 아프리카 코끼리가 공통조상에서 더 먼저 줄기로부터 갈라졌고, 그 후에 매머드와 아시아코끼리가 둘로 갈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코끼리과는 모두 멸종되고 아프리카 코끼리와 아시아 코끼리, 단 2종만 남아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현재 매머드의 복원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하나는 추운지역의 서식지에서 최대한 보존된 매머드의 세포에서 핵을 추출해 아시아 코끼리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어 재프로그래밍한 다음에 아시아 코끼리의 자궁에 착상 시켜서 진짜 매머드의 종을 부활 시키는 방법이고, 하나는 매머드의 핵심 특징을 가지는 유전적 변이를 편집하여 과거 매머드를 생태적으로 부활시키는 방법으로 크게 두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살아 생전에 복원된 매머드를 만날 수 있게 될까요?
코끼리의 놀라운 항암 능력의 비밀은?
코끼리의 후각은 개코보다 더 강력하다?
우리는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사람에게 개코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후각 기능이 개코보다 2배, 그리고 유인원에 비해 5배나 발달한 동물은 바로 코끼리입니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멀리서도 코 한 번 벌름 거리면 위협적인 부족인지 아닌지를 구별해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코끼리를 사냥하는 마사이족처럼 다른 사람이 눈 앞에서 창을 휘둘러도 별 반응이 없었으나, 마사이족이 입었던 옷과 같은 색상의 다른 부족의 옷을 주었을 때 마사이족 옷에만 난폭한 행동을 보이거나 도망쳤다고 합니다. 또한 코끼리의 가족 구성원이 무리에서 떨어져 있어도 매일 어디에 있는지를 그들의 소변 냄새로 파악하는 것으로 확인 되었고, 또한 암컷의 번식기도 수컷이 냄새를 통해 알아낸다고 합니다. 건조한 사막의 기후에서 물이 흐르는 곳도 냄새를 통해 찾아낸다는 설도 있습니다. 앞으로 진정한 개코(?)는 코끼리코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에겐 들리지 않는 침묵의 대화?
코끼리들도 대화를 할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정답은 바로 코끼리 코에 있습니다! 코끼리 콧속에 있는 작은 울림관에서 인간인 우리가 듣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세한 주파수를 보내서 서로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코끼리들은 5~15Hz의 아주 낮은 주파수로 대화를 하며, 상황마다 다른 음역대의 주파수를 통해 대화를 하는 것이 발견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코끼리를 오랫동안 연구하던 사람이 코끼리를 보러갈 때마다 항상 같은 주파수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코끼리 왈: 오랜만이야 반가워! 이렇게 말이죠! 코끼리의 초음파는 최첨단의 장비를 통해서만 감지할 수 있지만, 코끼리의 귀를 보면 지금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주파수를 주고 받을 때마다 바로 코끼리의 귀가 팔랑거렸기 때문이죠.
이러한 방식으로 코끼리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코끼리를 울음소리로도 찾을 수 있는데, 이러한 울음소리보다 5배나 멀리 코끼리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사소통 방식이 또 있습니다. 아주 멀리 있는 동료에겐 바로 발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때 큰 울음소리와 함께 발로 크게 땅을 굴리는데 땅의 지표면을 마치 하나의 큰 마이크로폰으로 사용하며 이러한 땅굴림을 통해 거의 50km나 멀리 메시지가 전달 되는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이렇듯 멀리 떨어진 코끼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 부근에 있던 코끼리들이 반대의 방향으로 달아나는 모습도 자주 발견할 수 있으며, 멀리서 오는 자연재해도 굉장히 잘 감지해내는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끼리의 놀라운 기억력과 복잡한 감정들
코끼리는 사람의 뇌와 비슷한 구조와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처럼 기쁨, 슬픔, 즐거움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놀라운 기억력 때문에 정신적인 충격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자살을 하기도 하며 죽은 코끼리 가족이나 동료를 위해 장례식을 거행하고 추모의식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코끼리의 놀라운 기억력의 비밀은 기억과 감정을 결합하여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으로 35년 전에 만났던 인간을 기억해내기도 하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물가를 기억해내기도 합니다.
코끼리도 인간과 똑같이 죽음에 대해 깊고 뜨거운 감정과 연민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엘레나라는 이름의 코끼리가 뱀에 물려 쓰러졌고, 곁에 있던 그레이스 코끼리는 당황한 모습으로 쓰러진 엘레나를 일으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치 인간이 넘어진 친구나 가족을 일으켜 세우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엘레나는 결국 일어나지 못했고 무거운 체중에 내부 장기가 눌려 다음 날 아침 죽고 말았습니다. 엘레나의 죽음 이후 놀라운 장면이 목격 되었는데, 다른 동료 코끼리들이 마치 문상을 하듯이 그레이스는 엘레나의 몸 우에 발을 얹고 어루만지며 죽음을 애도했고, 다른 동료 코끼리들도 주위에 모여서 몸을 흔들거나 고요히 서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능이 높은 코끼리가 감성 또한 풍부하며 자신의 가족 뿐 아니라 동료에게도 깊은 애정과 슬픔을 표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사연입니다.
- © Shivani Bhalla / 동물학자가 촬영해 언론에 배포한 사진 -
이렇듯 코끼리도 인간처럼 많은 것을 기억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데 인간의 무자비한 행태로 코끼리들은 고통 받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40년 동안 90%가 사라져 멸종 위기에 처했고, 20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인간들이 코끼리의 상아를 얻기 위해 밀렵을 해서 그럴까요? 이제는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도 급증했다고 합니다. 슬프게도 인간의 탐욕에서 살아남기 위해 코끼리들이 자연 퇴화하는 것으로 진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