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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박사/스토리

살아 있는 공룡의 후예! 닭부터 슈빌까지

닭의 조상은 티라노?



악어나 거북이가 더 공룡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악어나 거북이는 둘 다 파충류이지만 공룡의 후예가 아닌 완전히 구분되는 다른 종입니다. 다리로 땅을 딛고 똑바로 설 수 있는 골반 구조를 가진 종만 공룡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공룡은 오늘 날의 새와 가장 가까운 관계이며 유전적 일치도가 높습니다. 특히 현생 조류 중에서 공룡과 가장 가까운 직계후손은 바로 닭이라고 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이하 티렉스)가 닭의 조상이라는 가설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놀라운 가설은 사실과 조금 다릅니다. 티렉스는 유전학적으로 닭의 먼 친척 정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티렉스가 닭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공통조상으로부터 진화하여 유전학적으로 비슷한 것 뿐입니다. 



최근에는 조류가 공룡의 후예라기보다 멸종하지 않은 유일한 공룡의 한 종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최신 이론이 나오기도 했다니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치킨과 계란이 새삼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새는 화식조?



화식조는 뉴기니섬과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의 열대우림에서 서식하는 새로 목의 피부가 붉게 드러나 불덩이를 삼키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중국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화식조의 키는 최대 2m에 몸무게도 최대 70kg에 육박하여 현존하는 새 중에 타조 다음으로 큰 피지컬을 자랑합니다. 날지는 못하지만 타조처럼 달리기도 시속 50km로 굉장히 빠르고 물고기가 먹고 싶으면 물 속으로 들어가 사냥할 정도로 수영도 수준급이라고 합니다.



화식조를 보면 떠오를만한 닮은 공룡이 있습니다. 바로 오비랍토르라는 공룡입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화식조와 유사한 구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모든 조류가 공룡의 후예이지만 화식조는 특히나 공룡의 원시적인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 위: 오비랍토르 -


놀랍게도 화식조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새라고 2004년판 기네스북에 기록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화식조에 의해 사람이 사망한 공식적 사례는 2건이며 먼저 자극하거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 한 얌전하다고 합니다...만 강력한 발톱으로 공격 받았을 때 위험한 동물이기도 하고 보호해야 할 희귀동물로 분류되어 있어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화식조는 우리나라 서울대공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희귀종 슈빌은 몸값만 1억?



아프리카 야생 습지에 분포하는 희귀종으로 우리나라 말로 넓적부리 황새라고도 불리는 대형 황새입니다. 부리가 신발을 닮았다고 해서 슈(Shoe) 빌(bill)이라는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키는 최대 150cm로 지구 상에서 날 수 있는 새 중에 가장 큰 새입니다만, 몸무게가 10kg 정도 나가기 때문에 자유롭게 날지는 못합니다. 트레이드마크인 매서운 눈빛과는 달리 시력은 매우 안좋다고 하네요^^;



슈빌이 공룡의 후예로 불리게 된 까닭은 뼈 구조 때문인데 신생대에 공룡과 가장 흡사한 새였던 디아트리마의 골격과 매우 흡사하다고 합니다. 


- 위: 디아트리마(가스토르니스)


슈빌은 철저히 단독 생활을 하는 새로 먹잇감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데요. 사냥을 할 때도 몇 시간 씩 멈춰 있다가 먹이가 방심할 때에 재빠르게 움직여 사냥을 합니다. 그리고 먹이가 소화될 때까지 30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어서 정지화면 같은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서 멸종위기종 중에 하나이며, 몸 값만 1억이고 1년에 먹잇값만 4억이 든다고 하네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경남 고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코모도는 지구의 마지막 공룡?



현존하는 도마뱀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큰 종으로 몸길이 약 3m, 최대 165kg의 무게에 달하며 인도네시아의 고립된 섬에서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생명체입니다. 성격 또한 매우 포악하고 공격적이며 10km나 멀리 떨어진 먹이의 냄새를 파악하는 뛰어난 후각 능력과 단기적으로 포유류만큼 대사량을 끌어올려 최대 시속 20km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한 끼 식사를 자신의 무게에 80%에 달하는 먹이를 먹을 수 있습니다. 사냥을 위해서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기도 하며, 무는 힘과 이빨 또한 강력한데 더 무서운 것은 이빨 사이에 치명적인 독샘이 있어서 한 번 물리면 혈압이 떨어져 곧 죽게 됩니다. 살아있는 사람 뿐 아니라 무덤에 있는 시신까지도 파헤쳐서 먹기도 한다니 만나고 싶지 않은 공포의 도마뱀인 것 같습니다.



사실 코모도는 그 외형이 우리가 상상하는 공룡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어 살아있는 공룡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공룡과 관련이 없는 파충류로 공룡보다는 모사사우루스나 뱀과 가까운 동물입니다. 코모도는 오랜 세월 독자 진화한 파충류로 우리들에게 고대 동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 나오는 공룡들의 울음소리와 벨로시랩터의 머리도 코모도 왕도마뱀을 참고했다고 하네요.



- 위: 모사사우루스 - 


코모도 왕도마뱀은 현재 약 2,000여 마리가 남아 있어 멸종위기종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신비의 새 호아친의 조상은 시조새?


호아친은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에 있는 강 유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몸길이 65cm 정도로 닭과 비슷한 크기의 소형 조류입니다. 1776년 독일인 탐험가 뮐러에게 발견된 이 새는 다른 조류들과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이 종의 분류에 대해서 동물학자들은 수세기 동안 논쟁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호아친은 비행 조류 중 유일하게 나뭇잎을 먹는 종으로 조류 중 또 유일하게 되새김질을 하고, 먹이 섭취를 위해 큰 위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비행 능력은 또 상당히 떨어지게 되어 비행 도중 방향을 전환할 수 없어 갈 곳을 미리 정한 뒤에 직선으로 착지합니다. 또한 호아친은 다른 조류와 달리 특이하게도 천적을 피하기 위해 둥지를 물 위에 짓는 경우가 많은데 새끼들은 태어날 때부터 헤엄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천적들이 새끼를 먹으러 오더라도 물 속으로 몸을 지킬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 속에서 악어나 다른 대형 포식자를 만날 경우는 어떻게 할까요? 여기서 과거 동물학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호아친의 새끼의 날개에 달린 발톱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 위: 시조새 -


조류의 진화 과정에서 날개의 발톱이 모두 퇴화한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호아친 새끼의 발톱은 이러한 상식을 깨는 발견으로 시조새의 발톱과 매우 유사한 위치에 붙어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비행능력을 가지기 시작한 초기 공룡인 시조새의 유일한 직계후손으로 생각되어졌으나, 지속적인 연구 결과 호아친은 초기 조류들이 진화한 시점에서 다른 조류들과 독자적으로 진화한 종으로 밝혀졌고 진화의 과정에서 발톱 또한 다시 발달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 속에서 천적을 만나더라도 헤엄쳐서 물 밖으로 나와서 기어올라가는 용도로 발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특수한 행동방식으로 아마존 전역에 골고루 생존하여 분포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에는 호아친 계통이 K-Pg 멸종[각주:1]에서 살아남은 오래된 계통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각주

  1. 약 6,600만 년 전에 일어난 대멸종으로, 중생대와 신생대를 나누는 사건입니다. 대멸종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멸종으로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의 고제3기의 경계가 되므로 백악기의 독일어 이름인 Kreidezeit와[2] 고제3기(팔레오기) Paleogene에서 글자를 따 "K-Pg 멸종"이라고 부릅니다. 대멸종 중에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사건이 K-Pg 대멸종인데, 이때가 바로 대부분의 공룡이 멸종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이 때 1억 6천만 년 이상을 지배했던 중생대 하늘의 지배자 익룡 등 육상 생물종의 75%가 절멸했으며, 장경룡을 비롯한 다양한 해양 파충류, 두족류인 암모나이트 등이 멸종했습니다. [본문으로]